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칭기즈 칸 평전



朱耀廷
민음사
2017
죽음과 패배를 두려워 않고 쉼 없이 자신을 단련하다

칭기즈 칸, 즉 테무친의 삶은 고난의 연속이었다. 그의 나이 아홉 살 때 부친이 독살당한 후 친족들의 배신과 외면 속에 테무친 일가는 풀뿌리를 캐고 들쥐를 잡아먹을 정도로 굶주림에 시달렸다. 결혼한 지 한 달여 만에 부인을 다른 부족에 빼앗겼고, 타이치우트, 잘라이르, 메르키트, 타타르, 나이만, 케레이트 등 관계의 멀고 가까움을 떠나 수많은 부족이 테무친을 죽이려 했다. 말 그대로 그의 머리 위에 고난과 어려움이 한꺼번에 쏟아지는 형국이었다. 하지만 테무친 모자와 형제들은 위협과 압박에 굴하지 않고 역경에 대항하며 적들과 격렬하게 싸워 나갔다. 부족 사람들이 모두 흩어지고 불과 몇십 명의 패잔병과 함께 야생에서 겨우 연명해 나갈 때도 테무친의 마음속에는 몽골을 일으켜 세우리라는 대업이 자리 잡고 있었다. 이처럼 스스로 몸과 마음을 가다듬는 끊임없는 분투 정신으로 인하여 테무친은 시련을 딛고 일어나 역사의 중책을 수행할 수 있었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죽음과 패배를 두려워하지 않고 고난에 굴복하지 않았던 칭기즈 칸의 정신은 약소 부족의 수령이었던 그가 가족의 원수를 갚고, 여러 세력으로 흩어져 있던 몽골 초원을 통일하고, 중국 북방을 정복하고, 종국에는 유럽과 아시아 대륙을 호령하는 원동력이 되었다.

천재적인 군사 전략가이자 통솔력이 탁월한 지휘자

역사상 가장 위대한 군사 이론가가 손자라면, 가장 위대한 군사 실천가는 칭기즈 칸이라는 말이 있다. 비록 몽골족이 사냥과 전투에 익숙한 타고난 전사라고는 하나 그들이 싸움에서 지지 않은 것은 칭기즈 칸이 병제(兵制)부터 병기, 병법과 책략에 이르기까지 전투의 모든 방면에서 뛰어난 능력을 보였기 때문이다.
먼저 칭기즈 칸은 기존 씨족 부락의 한계를 타파하고 십진 단위의 천호제를 실시했다. 천호제하에서 군대와 백성은 하나였고, 성인 남성은 모두 군역을 졌다. 오로지 전쟁에 임하기 위한 목적으로 전 민족을 조직한 것은 칭기즈 칸이 처음이었다. 그는 일사불란한 지휘 체계를 확립한 아흔다섯 개의 천호군에 의지하여 금나라와 서하를 차례로 패배시키고 서방을 정복했다. 또한 전쟁을 치를 때마다 다른 민족의 선진적인 군사 조직와 장비에 주의를 기울였다. 몽골의 여러 부족을 통일할 때에는 주로 기병에 의존하였지만, 금과 서하, 호라즘을 공격하면서 포병을 조직했으며 무기 면에서도 몽골 전통 칼과 활에서 벗어나 공성 기계와 화기 등 당시 세계 최고 수준이었던 중국 내지의 군사 기술을 흡수했다. 장인을 아주 중시하여 포로 중에서도 장인은 죽이지 않고 다음 전투 시 선진 무기와 공성 기계를 제작하도록 했다.
칭기즈 칸은 그 자신이 뛰어난 전사였을뿐더러 전략 전술에 정통하고 치국의 도를 아는 군사 전략가이자 정치가였다. 상대방 부족이나 나라 간의 갈등을 이용할 줄 알았고, 몽골 부족의 규모와 상황에 맞게 군사 조직과 정책, 기율을 채택했다. 적군의 포로를 활용해 전선에서 바로 인력을 획득하고 보충하는, 즉 '적의 힘에 의지해 적을 공격하는' 책략으로 몽골의 수적 열세를 극복하였다. 칭기즈 칸의 군대는 항상 적의 상황을 정확하고 면밀하게 파악하기 위해 노력했기 때문에 승리를 거듭하면서도 결코 흐트러지지 않았다. 그 결과 100만 명의 인구와 10만 명의 군대로 수천만의 인구와 수십만, 수백만의 대군을 상대할 수 있었으며 낙후한 유목 민족으로서 경제와 문화 면에서 월등한 대국에 전승을 거둘 수 있었다. 기록에 따르면 칭기즈 칸은 일생 동안 크고 작은 전쟁을 약 60여 차례 치렀는데, 초기의 '13익 전투'를 제외하고는 단 한 번도 패배한 적이 없었다.

능력과 충성심만 보증되면 원수까지도 중용했던 용인술

칭기즈 칸의 용인술에는 아무런 조건이 없었다. 그는 민족과 출신을 묻지 않고, 신분과 재산을 따지지 않고, 자신을 반대했던 사람이나 적도 괘념하지 않고 사람을 임용했다. 후에 '4구(四拘)' 중 하나가 되어 남정과 서정의 선봉에 서게 되는 명장 제베는 본래 타이치우트 부족의 예속민이었으며 심지어 전투 중 칭기즈 칸의 목덜미에 화살을 쏘아 맞히기까지 했다. 그러나 제베의 실력과 실력을 높이 산 칭기즈 칸은 이에 개의치 않고 오히려 파격적으로 중용했다. 한편으로 그는 재주가 있으면 기용하고 재주가 없으면 기용하지 않음을 강조했다. 또한 부하는 반드시 주인에게 충성해야 하고, 주인을 배신하는 자는 절대로 용서하지 않았다. 설령 적의 부하라 해도 마찬가지였다. 주인을 배신하고 의탁해 온 자를 칭기즈 칸은 살려 두는 법이 없었다.
자신과 몽골 부족이 처한 상황에 따라 적절한 동지, 부하와 함께한 점도 특색이다. 칭기즈 칸이 처음 뜻을 세웠을 때 수하에는 겨우 하인 두 사람뿐이었다. 동생 네 명을 합해도 예닐곱 명을 넘지 못했다. 세력이 미약한 그는 안다(맹우)인 옹 칸, 자무카와 쿠다(인척)에 의지했다. 몽골 초원에서 차츰 세력이 커지고 정치적, 군사적 능력을 드러내면서부터는 수많은 사람이 칭기즈 칸에게 귀부해 왔다. 특히 이 시기에 무칼리, 칠라운, 보로굴, 제베, 젤메, 수베에테이 등 후에 정복 전쟁에서 혁혁한 공을 세우게 되는 용맹한 무장들을 한편으로 삼았다. 말년에 이르러서는 몽골 부족의 약탈적 유목 생활, 원시적 노예제로 제국의 기초를 다질 수 없음을 알았기에 유학과 불교 사상에 조예가 깊은 야율초재로 하여금 팽창한 영토에 맞는 정치, 경제 제도를 실시하게 했다. 야율초재가 초석을 닦은 각종 제도에 힘입어 몽골 정권은 봉건제 국가인 원 제국으로 공고히 자리 잡았으니 칭기즈 칸의 안목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치세의 전범, 민음사의 중국 역대 제왕 전기 시리즈

중국 역사학계의 최고 권위자들이 참여한 런민출판사(人民出版社)의 중국 역대 제왕 전기(中國歷代帝王傳記) 시리즈는 수많은 전적과 사료에 기초해 중국 역사에 큰 획을 그은 제왕들의 언행과 치세를 복원하여, 후세의 귀감이 된 그들의 통치 비결을 밝혔다. 민음사에서는 그중 2000년 중국 통치 체제의 기틀을 다진 한 무제부터 삼국 시대 난세의 두 영웅 조조와 유비, 태평성세 중의 태평성세로 일컬어지는 ‘정관의 치(貞觀之治)’를 연 당 태종 이세민, 이민족으로서 처음으로 중원을 점령한 원 제국의 시조 칭기즈 칸, 청나라 강건성세(康乾盛世)의 서막을 연 강희제까지 여섯 제왕의 전기를 엄선하여 출간했다. 탁월한 정치력과 혁신적인 통치 철학, 포용력 있는 용인술에 바탕을 둔 제왕들의 천하 경영에서, 분야를 막론하고 현대 사회의 지도자들이 귀 기울여야 할 리더십의 모범을 되새긴다.

* 중국 역대 제왕 전기 시리즈 목록(출간 순)
[조조 평전: 사람을 얻어 난세를 평정한 용인술의 대가](장쭤야오, 남종진 옮김)
[강희제 평전: 민생을 살펴 태평성대를 이룩한 대통합의 지도자](장자오청?왕리건, 이은자 옮김)
[당 태종 평전: 뛰어난 용인술과 놀라운 포용력으로 제왕의 전범이 된 통치의 달인](자오커야오?쉬다오쉰, 김정희 옮김)
[한 무제 평전: 진취적 개척 정신으로 세계 제국을 일궈 낸 개혁가](양성민, 심규호 옮김)
[유비 평전: 사람을 아껴 난세를 헤쳐 나간 불굴의 영웅](장쭤야오, 남종진 옮김)
[칭기즈 칸 평전: 불굴의 정신과 탁월한 전략으로 세계를 지배한 제왕](주야오팅, 이진복 옮김)